2010년 10월 10일 일요일

26년 후의 나의 미래는?- '황혼' by 시게마츠 기요시

일본의 한 초등학교, 한때는 잘나가던 도시에 있었던 유명한 학교지만 지금은 폐교가 되기 직전인 그 학교에 6학년 3반 동창생들이 모였다. 26년 후의 모습은 서로에게 놀랍기만 하고, 타임 캡슐 안에 넣어 놓은 물건은 더욱 더 동창생들을 들뜨게 한다. 그 때, 타임 캡슐 안에서 담임 선생님이었던 시라이시 선생님의 편지가 발견되고, 남편과 애인 사이에서 방황하다 애인에게 살해당한 그녀는 "여러분은 지금 행복한가요?" 라는 말로 편지를 끝맺는다. 그 말에 좋던 분위기는 가라앉고, 동창생들은 결국 그들에게 인기 만점 우등생이었던 마리코가 '자이언' 이라는 별명을 가진, 지금은 남편이 된 데쓰오에게 얻어맞는 것까지 보게 된다. 
그들이 과거에 꿈꾸던 미래는 이렇게 초라하고 혹독하지 않았다. 밝고, 예쁘고, 행복했다. 누구던지 다 유명하고 잘  나가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미래' 가 '현실' 로 다가왔을 때는 모두들, 해고되기 직전의 샐러리맨,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학원 강사, 남의 집을 환기시켜 주는 것으로 생활비를 버는 부부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갈등과 혼란 속에서 방황하다가 결국 학교 근처의 공원에 두 번째 타임캡슐을 묻고 10년 뒤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여러분은 지금 행복한가요?" 나는 내가 말하기 대회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열심히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내가 꿈꾸는 모습이 되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솔직히 약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정말로 여태까지 같은 반에 있던 친구들을 보면서 모두들 커서 아주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그런데, 1학년 때의 내 친구가 작년에 학생답지 못한 일을 저질렀다가 큰 일이 날 뻔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공부도 잘 하고 말도 잘 듣는 착한 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26년은 커녕 10년도 되지 않는 세월 사이에 그렇게 변해버리다니... 26년 후에 모두들 잘 될 거라고 믿었던 내 생각이 바보같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 책을 내가 어른이 되고 난 후에 읽었다면 딱히 별 느낌이 없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동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난 이 책을 읽은 것을 약간 후회스럽게 생각한다. 그동안 내 미래에 대해서 약간 걱정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이 그 걱정을 약간 더 늘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만약 내가 이것을 읽지 않았다면 경고(?)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후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지금 내가 타임캡슐을 만들어 우리 학교에 묻고 이들처럼 서른 아홉이나 마흔 살이 되었을 때 와서 꺼내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거야 말로 내 인생에 있어 아주 특별한 일이 될 수 있을 텐데. 누가 나에게 어떤 것을 넣고 싶은지 물어본다면, 나는 마리코처럼 미래의 나에게 쓴 편지를 넣고 싶다. 내 소망 여러 가지를 담아서, 미래에 내가 과연 몇 가지나 이루었는지 알고 싶다.

2010년 10월 3일 일요일

동물 농장- 조지 오웰

마노 농장의 동물들은 가장 연장자인 수퇘지 메이저의 '반란' 에 대한 연설을 들은 후, 반란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 돼지들을 리더로 내세워 주인인 존스를 쫓아내고, 마노 농장이라고 불렸던 이름을 동물 농장으로 고친 동물들은 칠계명을 만들기도 하며 자신들만의 생활을 이어 나간다. 그 칠계명이란 이렇다.
1. 두 발로 걸어다니는 것은 무조건 적이다.
2. 네 발로 걷거나 혹은 날개를 가진 것은 무조건 친구이다.
3. 어떤 동물이든 옷을 입으면 안 된다.
4. 어떤 동물이든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
5. 어떤 동물이든 술을 마시면 안 된다.
6. 어떤 동물이든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다 평등하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잘 지켜지는 듯 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돼지들은 다른 동물들과는 다른 특권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퀼러라는 이름의 돼지가 동물들에게 일리있게 설득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물들은 자신들이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잘 몰랐다. 또한, 두 리더 돼지 중 하나였던 나폴레옹은 다른 돼지인 스노우볼을 시기하여 자신의 경호원을 미리 만들고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어서 스노우볼을 쫓아낸다. 그 후, 나폴레옹은 더욱 더 불공평하고 강경한 통치를 시작한다. 동물들은 너무나 힘이 들었지만 자신들을 위한 거라는 생각에 열심히 풍차를 세운다. 하지만, 풍차가 두 번이나 무너지자 대부분의 동물들은 풍차 건설에 희망을 잃고 말았다. 몇 년 후, 칠계명은 많이 달라지게 된다. 그것이란 이렇다.
'모든 동물들은 다 평등하다.
그러나 몇몇 동물들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그리고 암말 클로버는 나폴레옹과 돼지들이 자신들의 농장을 마노 농장이라고 부르며 인간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카드놀이를 하며 놀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러니까 돼지들은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말 아래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보며 저절로 우리 나라 역사의 폭군이나 현명하지 못했던 왕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들은 말 잘 하는 신하 몇명을 내세워 백성들을 일리 있는 말로(하지만 말도 안 되는 사실을) 설득시키고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생활을 하곤 했다. 이 책에서는 이 세상의 거의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타입의 사람들이 나온다. 나폴레옹은 이기적인 사람을 나타내고, 스퀼러와 까마귀 모세스는 약삭빠르고 둘러대기를 잘 하는 사람들, 당나귀 벤자민은 현명하지만 과묵한 사람, 말 복서는 머리는 좋지 않지만 힘이 좋고 성실한 사람, 또 나머지 설득당한 동물들은 그닥 지혜롭지는 않아도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직감으로 느끼는, 조선 시대의 평민들 같은 사람들을 나타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동물 농장이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나폴레옹이나 다른 돼지들처럼 굴었던 사람들은 이 책을 제대로, 떳떳하게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누가 인간이고 누가 돼지인지 구별하기는 불가능했다.' 라는 문장이다. 이 소설의 가장 마지막 문장인데, 이 문장을 읽고 나는 상당히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폴레옹은 탐욕스럽긴 하지만 영리했고, 동물들은 성실하긴 했지만 현명하지 못했는데, 누가 더 나은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도 주로 이런 두 부류로 나누어지기 십상인데 그들 중에서도 누가 더 나을지 궁금했다. 지금은 알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동물들을 비판하기 전에 자기 자신은 어떤 부류에 속해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라고.

2010년 9월 28일 화요일

하이킹 걸즈-김혜정

학교에서 유지연이라는, 아주 영향력 있는 집안의 아이를 때린 죄로 은성은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다. 그 때, 한 사람이 나타나 소년원에 들어가는 대신 실크로드 도보 여행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실크로드가 흙먼지 나는 시골길인 줄 모르고 '비단길' 일 거라고 생각한 은성은 아무런 고민 없이 도보 여행에 오른다. 하지만 그 여행은 '여행' 이 아니라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20킬로미터 씩을 걸어야 하는 고문이었다. 은성은 매일매일을 쉬지 않고 짜증을 내면서 걸었지만, 여행에 따라온 보라는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걷기만 했다. 하지만, 점점 걸으면 걸을수록 한국에 빨리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은성과 달리, 보라는 점점 조용해지고 우울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인솔자인 미주가 아픈 틈을 타 보라가 달아나는 것을 본 은성은 보라를 놓치고, 도보 여행이 취소되어 소년원에 가게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보라를 따라가서 보라가 한국에 가기 싫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 그 후로 일주일 동안, 은성과 보라는 유목민의 거처에 머물기도 하면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에서 돈을 안 낸 죄로 경찰서에 가게 된 둘은 인솔자와 센터장을 만난다. 하지만 셋(인솔자포함)은 센터장에게 부탁해서 다시 도보 여행길에 오른다.
성장소설들을 읽다 보면 항상 주인공들은 불리한 상황에서 흥분을 하고, 그 결과로 소년원에 가거나 벌을 받는다. 난 그래서 성장소설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난 불공평함, 불리함 이런 게 너무 싫다. 모든 사람들은 다 각자만의 장점이 있고 그래서 모두 '평등' 한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놀리고 욕한다. 이 책에 나오는 유지연처럼. 나는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모두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이 책의 서문에 프랑스의 문제아들이 도보 여행을 한 이후로 조금 더 '인간다운' 사람들이 되었다는 사실이 이 책의 배경이 되었다고 쓰여 있었다. 나라면 내가 걷기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니까 잘 하지 못할 것 같긴 하지만, 만약 내가 조금 더 '사람다워' 질 수 있다면 나도 실크로드 도보 여행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2010년 9월 18일 토요일

위대한 개츠비-F.스콧 피츠제럴드

이 책의 서술자는 닉이라는 사람이다. 닉은 미국 동부에 위치한 이스트에그에 전셋방을 얻게 되는데, 그 집 옆에는 어마어마한 저택이 하나 있다. 그 저택의 주인은 제이 개츠비이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개츠비는 아주 성대한 파티를 열고,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도 환영받는다. 닉은 파티에 한번 참가했다가 개츠비와 친한 사이가 되고, 개츠비에게서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알고 보니 개츠비는 닉의 사촌동생인 데이지와 옛 연인 관계였다. 데이지는 이미 톰 부캐넌이라는 사람과 결혼을 한 상태였지만, 톰도 다른 연인이 있었기 때문에 둘은 별 상관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개츠비와 데이지,톰, 닉 그리고 닉의 연인 조던이 다같이 뉴욕에 가게 되었는데, 개츠비와 톰은 데이지를 두고 싸우기 시작한다. 그들 사이에서 괴로워하던 데이지는 개츠비와 그의 차를 타고 이스트에그로 돌아가던 도중, 톰의 연인을 치고 만다. 그녀의 남편에게 붙잡혀 갇혀 있던 톰의 연인 머틀은 뉴욕에 갈 때 톰과 개츠비가 차를 바꿔 타고 갔던 것을 착각해 개츠비의 차에 달려들었는데, 그 때 운전을 하고 있던 데이지는 너무 놀라 사고가 난 후에도 그냥 도망을 가버린다. 누명을 쓴 개츠비는 머틀의 남편에 의해 수영장에서 살해된다.

솔직히 이 책을 두 번이나 읽었지만 무엇이 그토록 위대한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첫번째로 읽었던 것보다 느끼는 점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의 배경은 1차 세계대전 후인데, 그 후의 미국인들은 우울증에 빠진 상류층, 알코올 중독에 빠진 일반 대중, 주류밀매로 상류층으로의 상승을 꿈꾸는 약삭빠른 부류들, 방황하며 자신에 대해 철학적으로 생각하기보단 술과 파티로 무감각히 살아가는 젊은이들로 나누어져 있었다. 하지만 제이 개츠비는 좀 달랐다. 남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것이 꿈이었던 그였지만, 그의 파티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과 샴페인을 즐기면서도 개츠비가 살인자라는 둥, 주류와 마약 밀매를 해서 떼돈을 벌었다는 둥 그의 흉만 보았다. 아마도 개츠비가 위대했던 이유는 그런 시대에서도 낭만을 꿈꾸고 환상을 간직했기 때문이 아닐까?